티스토리 뷰

짧고좋은글귀

가을에 어울리는 시 모음

내맘을채움 2018. 10. 29. 09:30

 

 

 

가을에 어울리는 시 첫번째

 

해바라기

 

-한혜화

 

부작정 그대가 좋았다

세상에 태어나

맨먼저 해와 친해진 어린 식물처럼

다가갈 수 없는 거리에서

바라보는 이유는

세상과 해사이에 놓인 거리 때문이다.

그래서

세상에는 해와 해바라기처럼

바라만 보고 사는 사람이 많지 않은가

 

그대는 아는가

해와 해바라기로 살아가는

우리의 채워지지 않는 거리를

햇살 한번 반짝이지 않는

그대의 무심한 마음을

진정 알고 있는가

 

 

 

 

 

 

 

 

가을에 어울리는 시 두번째

 

산책

 

-최춘희

 

바로 그자리

그곳에 그대가 있지요

 

, 세상의 버려진 귀퉁이

모난 돌맹이되어 굴러다닐때

사람의 불빛이 한없이

쓸쓸해질때

저녁 안개처럼 다가와 내 손을

슬며시 잡지요

 

비가 오면 비의아름다움으로

눈이 오면 눈 내리는 날의 순결함으로

꽃핀 날의 눈부심까지

하나도 남김없이 내게 주고는

 

바람부는 거리에서 숨을 멈추고

우리함께 날아올랐지

 

바로 그자리 그곳에

햇빛 드는 우듬지로 남아

그대는 서고 나는 앉아서

오늘은

 

눈시린 푸른 하늘을 마냥 바라보지요

아낌없이 비어버린 그 속내를

들여다 보지요

 

 

 

 

 

 

 

가을에 어울리는 시 세번째

 

바람부는날

 

-김종해

 

 

사랑하지 않는 일보다 사랑하는 일이 더 괴로운날

나는 지하철을 타고 당신에게로 갑니다.

날마다가고 또 갑니다.

어둠뿐인 외줄기 지하철통로로 손전등 비추며

나는 당신에게로 갑니다.

밀감보다 더 작은 불빛 하나 갖고서

당신을 향해 갑니다.

 

가서는 오지 않아도 좋을 일방통행의 외길

당신을 향해서만 가고 있는 지하철을 타고

아무도 내리지 않는 숨은 역으로

작은 불빛 비추며

나는 갑니다.

 

가랑잎이라도 떨어져서 마음마저 더욱 여린날

사랑하는 일보다 사랑하지 않는 일이 더욱 괴로운날

그래서 바람부는 날은

지하철을 타고 당신에게로 갑니다.

 

 

 

 

 

 

 

 

가을에 어울리는 시 네번째

 

잊자

 

-장석주-

 

그대 아직 누군가 그리워하고 있다면

그대는 행복한 사람이다.

 

그대 아직 누군가 죽도록 미워하고 있다면

그대 인생이 꼭 헛되지만은 않았음을

위안으로 삼아야 한다.

 

 

그대 아직 누군가 잊지못해

부치치 못한 편지위에 눈물 떨구고 있다면

그대 인생엔 여전히 희망이 있다.

 

이제 먼저 해야할 일은

잊는 것이다.

 

그리워하는 이름을

미워하는 그 얼굴을

잊지 못하는 그 사람을

모두 잊고 훌훌 털어버리는 것이다.

 

잊을으로써

그리움의 감옥으로부터 해방시켜야 한다.

 

잊음으로써 악연의 매듭을

끊고

잊음으로써 그대의 사랑을

완성해야 한다

 

그 다음엔 조용히 그러나 힘차게

다시 일어서는 것이다!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가을에 어울리는시 다섯번째

 

 

옛 노트에서

 

-장석남

 

그때 내 품에는

얼마나 많은 빛들이 있었던가

바람이 풀밭을 스치면

풀밭의 그 수렁댐으로 나는

이 세계의 바깥까지

얼마나 길게 투명한 개울을

만들 수 있었던가

물위에 뜨던 그 맑은 빛들

쫒아서

긴 시간을 견디어 여기까지 내려와

지금은 앵두가 익을무렵

그리고 간신히 아무도 그립지 않을무렵

그 때 내 품에는 또한

얼마나 많은 그리움의 모서리들이

옹색하게 살았던가

지금은 앵두가 익을 무렵

그래 그옆에서 숨죽일무렵

 

 

 

 

>> 좋은글 더 보기 <<

 

 

 

 

 

 

 

 

 

 

 

 

 

 

 

 

 

 

 

 

 

 

댓글